한때 전 세계 커피 애호가를 사로잡았던 케냐 커피는 최고의 커피로 찬사를 받으며 명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케냐 커피의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케냐 커피 산업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는 뭘까.

케냐에 커피가 처음 도입된 건 1893년으로 당시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패터슨이 영국 동인도 회사로부터 커피 씨앗을 가져와 재배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우간다 철도 건설과 유럽 이주민 정착으로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이 활성화됐고 20세기 초반에는 차, 커피, 마 등 수출용 작물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커피 산업도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 산업 중심에는 식민 지배자가 있었으며 현지 농민은 이익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케냐 커피 산업이 지닌 구조적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되는 건 오션(경매)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생산자를 시장에서 멀리 떨어뜨리고 중간 상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생산자는 수확 후 6개월 이상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간 생활비와 농업 자재 구입 비용을 고금리 대출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커피 생산자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며 왜 계속 커피를 재배해야 하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케냐 커피 품질 저하 원인으로 전통적인 SL-28, SL-34 품종 대신 병충해에 강한 루이루 11(Ruiru 11)과 바티안(Batian) 품종 확산이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페란은 품종 변화만으로 품질 저하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며 생산 시스템 전반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케냐 커피가 지닌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이차 발효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은 커피 체리를 12~24시간 발효시킨 후 세척하고 다시 깨끗한 물에 담가 발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커피 원두는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소량의 유기산을 흡수하며 특유의 과일 향과 화사한 풍미를 갖게 된다. 발효 탱크 효율성을 높이고 건조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 온 공정이다.

최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차 발효 과정을 생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케냐 커피 풍미가 상실되며 전체적인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건조 과정에서도 균일한 습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원두의 조기 손상 가능성이 커졌다.

또 케냐에서는 커피 원두를 수출하기 전에 외피(퍼치먼트)를 제거하는 관행이 있어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다른 생산국에서는 퍼치먼트를 유지한 상태로 원두를 보관해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케냐 커피 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커피법안이 제안되며 개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법안은 부패한 시스템을 개혁하고 생산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한다. 소규모 가공 시설이나 마이크로밀의 도입을 통해 생산자가 제품을 차별화할 가능성도 기대된다.

글에선 생산자에게 직접 수익을 지급하고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정부 차원으로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차 발효와 건조 과정을 개선해 케냐 커피의 독창적인 품질을 보존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어 케냐 커피는 그 역사와 매력을 미래로 연결할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며 개혁과 지원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게 앞으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고라는 케냐 커피는 왜 쇠퇴했나 - 테크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