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즈니스 오너 펀드의 롭 비널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 사람이 전통적인, 그러나 어찌보면 관습적일 수 있는 가치투자자의 영역에서 탈피해 기술 기업들에 대해서도 가치투자로서의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범위를 확장하게 되는 과정도 10년에 걸쳐 투자자 서한에서 잘 녹아있기 때문에 이해가 잘 됩니다. 가치투자자는 항상 "능력 범위"에서만 투자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지만, 그 능력 범위를 현재로 제한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능력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넓어진 능력 범위에서 가치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 이것을 롭 비널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비널이 10주년 메모에서 쓴 고민을 읽어보시죠.

르세라핌, 출처: 쏘스뮤직

인터넷이 촉발한 기회와 위험을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거기서 얻은 통찰을 실제 투자 결정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지난 10년간 제가 투자자로서 겪은 가장 힘든 변화였습니다.

인터넷 혁명을 주도하는 기업과 그 최대 수혜자는 '기술' 기업이라고들 합니다(제가 보기에 '기술'은 틀린 용어인데,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역사적으로 '기술'은 한계치를 넘어 경로를 벗어난, 가치 투자자가 '자기 능력 범위 밖'에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섹터였습니다. <현명한 투자자> 6장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은 '성장 기업', 나이가 투자자의 '미래에 관한 판단'에 회의적인 관점을 드러냅니다.

사실 저는 위 내용이 그레이엄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는 자기가 속한 세계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엄은 성장 기업이 주는 편익을 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책의 같은 장에서 발췌한 다음 문장을 보시죠.

성장 기업의 주식은 적절한 가격에 매수했다면 다른 유형의 주식보다 더 놓은 수익을 내리라는 점이 분명하다.

벤저민 그레이엄

그레이엄은 우연히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기회를 발견했을 뿐입니다. 사실 저는 그레이엄과 버핏이 주장했던 생각과 관계없이 '기술'주는 가치 투자자의 능력 범위 밖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촉발한 파괴적 혁신의 목표가 된 기존 성숙 기업이 마치 로드킬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실증적 증거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믿음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파괴자'들은 놀라운 단위 경제성과 사실상 무한대의 성장 활주로를 갖췄죠.

비즈니스 오너 펀드를 결성하고 4년이 지난 2012년, 저는 드디어 눈을 뜨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구글, 뒤이어 바이두 지분을 매수하면서 말이죠. 제가 구글을 매수했던 결정은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그 이후 투자 수익 때문이 아니라, 제 투자 철학의 변화를 알리는 투자 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오류이기는 하지만, 제가 인터넷 섹터 투자 비중을 훨씬 높게 두지 못했던 이유는 이름 때문입니다. '기술'은 아마존 같은 기업을 묘사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용어입니다. 아마존은 유통을 혁신하고, 페이스북은 미디어를 혁신하며, 수많은 소규모 기업이 각자 속한 시장을 혁신합니다. '기술'이라는 용어의 문제점은 그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분리되어 (하나의 섹터로서) 경제의 일부분을 구성한다고 느끼게 하는 데 있습니다. 사실 이들은 경제 전반의 기본 구조가 되는 중이었습니다.

명명법의 오류로 인해 저는 '기술' 섹터에 21% 이상 비중을 두지 못했습니다. 단일 '섹터' 익스포저를 과도하게 가져갈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생각은 '기술'이 위험하고 이색적인 느낌을 풍긴다는 사실 때문에 더 강화되었습니다.

'기술' 기업을 더 생산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은 '독자적으로 성공 가능한(viable)' 기업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입니다. 네, 이 역시 잘못된 묘사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경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는 설득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너무 어렵다'라는 말만으로 이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고요. 독자적으로 성공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까?

인터넷이 촉발한 기회에 올인하는 것을 가로막은 장애물에 오직 명명법의 오류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낮은 멀티플을 주고 기업 지분을 매수하는 것에 너무 집착했습니다. 대다수 최고의 기업은 손익계산서상 비용 처리되는 R&D와 고객 획득 비용의 형태로 투자를 집행하기에 현재 이익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그렇지 않은데도 주가가 비싸 보였습니다. 저는 2015년 반기 서한에서 "낮은 멀티플에 관한 종교"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해자의 폭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해자가 넓어지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영원한 경쟁에서는 결국 경쟁사와 비교한 상대 속도가 그들과의 거리 격차보다 더 중요합니다.

<RV캐피탈의 비지니스오너펀드 투자자 서한 중 10주년 메모, 번역: general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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